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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 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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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영(領)? 영(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1e_Dair2fJ4 시대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이 바뀌듯이, 결혼식 풍속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결혼식도 있고, 웃고 춤추며 파티처럼 진행하는 결혼식도 있습니다. 당연히 모셔야 된다고 생각했던 주례도 없이 결혼식을 하기도 합니다. 결혼식만큼이나 청첩장도 매우 다양합니다. 개성이 잘 드러나는 청첩장을 받아볼 때마다, 신랑 신부의 반짝이는 재치에 깜짝깜짝 놀랍니다. 모바일이 그 파격을 도와 줍니다.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청첩장에 정형화된 격식이 있었습니다. 상투적인 인사말에 이어 결혼식 내용을 적었는데, 청첩인이 따로 있었습니다. 결혼 당사자가 직접 축하해 달라고 하는 것이 염치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
둘레길? 둘렛길! 송파구에 ‘둘레길’이 완성되었습니다. 주민들이 산책하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겠죠. 애쓰신 분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구청에서 이 길을 홍보하면서 사족을 붙였습니다. ‘탄천길이 개통되면서 50년만에 전 코스가 이어졌다.’는 것인데요, 마치 반세기 동안 ‘둘레길’을 만들어 왔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이미 있는 길들은 보완하고, 없는 부분은 이어서 만들었을 텐데 말이죠. 주민들을 위해 기껏 노력을 하고서도 과하게 티를 내려다가 ‘옥에 티’를 남긴 꼴입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얻어, 우리나라 최초로 제주 올레길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둘레길도 그것들에 맥을 잇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 표현은 다소 달라도, ‘둘레길’은 우리나라 어디에 가도 볼 수 있..
과잉 친절 그냥 '노련미'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괄호 안에 자세히 설명까지 달면서, 속된 말을 기사에 쓰는 친절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럽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4069723
국제화 시대의 작명법 역사 속에서 인간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수렵과 채취를 하기도 하고, 머리를 써서 만들어 내기도 하고, 때로는 전쟁을 통해 빼앗기도 하였습니다. 좀 더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것, 이것이 인지상정인 것은 분명합니다만, 늘 과욕이 문제죠. 이번 ‘LH 사태’가 그 일례라고 하겠습니다. LH는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설립된 공기업이니, 직원들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욕심에 눈이 먼 일부 – 정말 일부였으면 좋겠습니다만 - 직원들, 그들과 결탁한 공무원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부당하게 정보를 알아낸 사람들이 소위 ‘땅투기’를 하여 배를 불리려 하다가, 결국 사달이 난 것입니다. 구호뿐인 평등, 공정, 정의라면, 그것이 얼마나..
‘마들’과 ‘애오개’ ‘마들’과 ‘애오개’. 둘 다 서울의 지하철역 이름입니다. 정말 그런지는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순우리말 이름이랍니다. 순우리말로 된 지명 상당수가 그렇듯이 이 이름들도 그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마들 : ① 예전에 그곳에 역참 기지가 있어 말들을 들판에 놓아 길렀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설, ② 이 일대가 삼밭이어서 붙여졌다는 설. 애오개 : ① 만리현과 대현 두 큰 고개 중간에 있는 작은 고개이므로 ‘애고개’, 그것이 ‘애오개’로 변했다는 설, ② 옛날 도성에서 아이가 죽으면 이 고개를 지나서 묻게 하여 붙여졌다는 설, ③ 풍수지리설에 따라 아기를 달래는 고개라는 뜻으로 붙여졌다는 설. 이 역들의 로마자 표기는 ‘Madeul’과 ‘Aeogae’, 일본어 표기는 ‘マドゥル’와 ‘エオゲ’..
동네 이름을 지키자 서울에서 다른 정보는 없이 ‘양재대로 1716’이라는 주소만 가지고 목적지를 찾아간다고 가정해 봅니다. ‘양재대로면 양재동?’ 지하철을 타고 갈까요? 양재역에서 내리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온통 ‘강남대로’ 또는 ‘남부순환로’뿐입니다. 휴…… 물어물어 염곡사거리까지 가니까, 그제야 ‘양재대로’라는 명칭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곧 당황합니다. 근처에 있는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주소를 보니 ‘양재대로 242’. 1716까지는 약 15km나 떨어져 있습니다. 아…… 알고 보니 고덕동, 여기서 너무나도 먼 곳입니다.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에 사가정역에서 출발했다면 정말 최악입니다. 버스로는 용마터널을 지나 한 정류장이면 갈 수 있는 곳을 ‘양재대로’라는 말에 현혹되어 이렇게 돌아 돌아 ..
제야(除夜)의 종 제야(除夜)의 종이 울리지 않았다. 1953년에 보신각을 중건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행사의 기원이 좀 수상쩍다. 1929년 경성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종을 울린 것에서 시작하였단다. 게다가 지금 일본에 ‘제야의 종(除夜の鐘)’이라는 행사도 있다. 이름까지 똑같다. 일제인가? 우리의 오랜 전통은 아닌 것 같다. 조선 시대에 서울에서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하여 종각의 종을 서른세 번 치던 파루(罷漏)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파루는 오경삼점(五更三點:새벽 4시경)에 그것도 매일같이 성문을 열 때 친 것이다. 시간도 방법도 들어맞지 않는다. 종 치는 횟수를 33번으로 똑같이 맞추어 놓았지만, 억지로 갖다 붙였다는 느낌이 짙다. 아무튼 제야(除夜)라는 말에 특별히 다른 뜻이 없다면, ‘..
2주간 거리두기? https://www.facebook.com/seoul.kr/posts/2734657369921424 지난 3월부터 얼마간 주변에서 이런 홍보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2주간의 잠시 멈춤 캠페인’이라고는 하는데, 도대체 언제부터 언제까지 2주간이란 이야기야?” 하고 의아해 했었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 서울시에서는 그 ‘2주간’이 이렇게 무한 반복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아~ 그 ‘2주간’의 끝은 어디쯤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