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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 꼬투리

영부인, 영(領)? 영(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1e_Dair2fJ4

시대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이 바뀌듯이, 결혼식 풍속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결혼식도 있고, 웃고 춤추며 파티처럼 진행하는 결혼식도 있습니다. 당연히 모셔야 된다고 생각했던 주례도 없이 결혼식을 하기도 합니다.

결혼식만큼이나 청첩장도 매우 다양합니다. 개성이 잘 드러나는 청첩장을 받아볼 때마다, 신랑 신부의 반짝이는 재치에 깜짝깜짝 놀랍니다. 모바일이 그 파격을 도와 줍니다.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청첩장에 정형화된 격식이 있었습니다. 상투적인 인사말에 이어 결혼식 내용을 적었는데, 청첩인이 따로 있었습니다. 결혼 당사자가 직접 축하해 달라고 하는 것이 염치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청첩장의 말미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넣기도 합니다.

동영부인(同令夫人) --- 부인과 함께 오라는 뜻이겠지요.

지금은 사전에서나 볼 수 있는 다소 낯선 말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흔히 쓰였습니다. 부부가 함께 외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영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지칭어입니다. 부인이라는 말 자체에도 높임의 의미가 있는데, 앞에 을 넣은 것은 더욱 예의바르게 부르겠다는 의도이겠죠. 항간에 부인앞에 대통령의 ()’이 붙은 것으로 이해하여,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뜻으로만 알고 쓰기도 합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유독 대통령 부인을 영부인이라고 부르던 것을 무심코 받아들인 것 같은데,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방송에서도 이 그릇된 표현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영부인은 대통령 부인의 줄인말이며 존칭의 뜻이 없다.”고 장황하게 말합니다. 유수의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더군요. 국어를 전공했다고 해서 모든 단어의 뜻을 다 알 수는 없겠죠. 그래도 그렇게 당당하게 강조하여 말할 정도라면, 방송이 갖는 영향력을 생각해서라도 정말 그 뜻이 맞나 한번쯤은 조사해 보고 나오는 것이 올바른 자세 아닐까요? 게다가 같이 방송을 진행하는 그 누구도 그것을 정정해 주지 않습니다. 뒤에 내용을 정정하는 방송을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인으로서 그들의 역할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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