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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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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순 맞이 그대도 먼 별에서더냐. 사뿐히 내려와 내 곁에 앉으라. 가냘픈 가지 위에서라도 따사로워지는 봄볕을 같이하자. 또한 의아해 하지는 말라. 윤기 잦아드는 가랑잎으로 아직 이 가지 위에 남은 것은 그대 올 자리 맡아둔 것이니. 뙤약볕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도 줄기며 뿌리 키워 내는 것도 애벌레를 품어 내는 일마저도 다가올 여름 내 몫이 아닐지니. 이렇듯이 순한 바람이 좋고,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즐겁구나. 그대 곧 온통을 푸르게 할 터, 그때 사뿐히 땅위에 내려앉으리라. 그곳에서 또 내 별을 꿈꾸리라.
거미집 거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동료들과도 함께 하는 법도 없이, 늘 외롭죠. 그들은 무엇을 위해 무슨 즐거움으로 살까요? 사람의 눈으로는 알 수 없을테니, 괜한 걱정일 것입니다.
참새 이른 봄 개나리 덤불 아래에, 참새 여러 마리가 내려앉아 재재대기도 하고, 무엇엔가 놀란 듯이 공처럼 튀어 오르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은 모이나 위협을 뛰어넘는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천진난만. 무한자유. 참새들에게 꽤나 어울리는 말이다. 우리의 아이들도 그렇게 커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키워야 한다.
초이리 길 게내 사는 남식이가 걷는다. 방잇골 당숙님이 마련해 준 볍씨 종자 망태기는 묵직하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감천 따라가다 둑길 벗어나면 포장도 잘된 왕복 십차선. 녹색불이면 건너가게, 건널목. 한약방 오른편으로 들어서게. 끊길 듯 이어지는 오솔길 가엔 냉이, 민들레 점점이 찍혀 있고, 마을버스 종점에는 편의점 앞, 담배 연기 내뱉는 외국인 노동자. 배다리께 논배미에서 순보네는 못자리 손보는 서방 따라 바쁜데, 낚시터 좌대에 간간이 낚시꾼들 찌는 수면 위에서 앉아 조는 듯. 좌수 댁 선산 발치를 돌아서니 카본 자전거를 타고 오는 박선생, 어이 남식이, 손을 들어 반긴다. 한식날 뿌릴 잔디약 사 갖고 가네.
벚꽃 피자마자 지는 꽃이라 하네. 지면서도 피는 꽃이라 하네. 볕이 좋아 꽃잎 열었을 뿐. 바람 따라 또 떨구었을 뿐. 사흘은 눈 속에 가득하고, 닷새는 가슴속에 흩어지고, 손끝에 미처 닿지도 못한 채, 이젠 사진첩에 아렴풋이 남아 있는 너.
워크맨 워크맨 1 내 작은 손안에 고이 들어앉아, 짙은 개나리 빛으로 반짝이던 너. 색줄마저 깔끔하여 더 설레더라. 그 끝에서 내 귀를 빵빵 울리던 촌스러움이여! 2 ․ ․ ․ 3 네게서 잠시라도 눈 뗄 수 없어, 고단한 하루 다독이는 네모반듣함. 순백의 스템에는 줄마저 없어라. 받은 소리를 온전하게 들려주는 또 촌스러움이여!
태릉입구역을 지나며 내달리는 시간을 물끄러미 보는 이 수락에 든든한 바위 같아도, 무덤덤한 얼굴로 드문드문 앉은 이 그 틈에 뿌리한 노송 같아도, 마들에서 탔소. 또는 노원에서 탔소. 저기 큰무덤에 누워 계신 분은 몇 정거장 전. 엄마 젖무덤에 잠들어 계실 분은 몇 정거장 후. 탄 이는 내릴 테요, 내린 이는 또 탈 테요.
입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