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내 사는 남식이가 걷는다.
방잇골 당숙님이 마련해 준
볍씨 종자 망태기는 묵직하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감천 따라가다 둑길 벗어나면
포장도 잘된 왕복 십차선.
녹색불이면 건너가게, 건널목.
한약방 오른편으로 들어서게.
끊길 듯 이어지는 오솔길 가엔
냉이, 민들레 점점이 찍혀 있고,
마을버스 종점에는 편의점 앞,
담배 연기 내뱉는 외국인 노동자.
배다리께 논배미에서 순보네는
못자리 손보는 서방 따라 바쁜데,
낚시터 좌대에 간간이 낚시꾼들
찌는 수면 위에서 앉아 조는 듯.
좌수 댁 선산 발치를 돌아서니
카본 자전거를 타고 오는 박선생,
어이 남식이, 손을 들어 반긴다.
한식날 뿌릴 잔디약 사 갖고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