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여유로운 삶을 살기에는 당연히 적합한 곳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많아서 복잡한 것도 문제이지만, 매연과 소음 때문에 청아한 새소리 한번 듣고 깨끗한 하늘을 한번 제대로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도 "이 정도라면 그래도 괜찮은 거 아냐?" 위안을 받을 만한 동네가 제법 여러 군데 있습니다.
너무 인위적이긴 하지만 청계천 주변이 시내 한복판에서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서울둘레길 157km가 남녀노소의 건강과 마음의 여유를 책임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서울의 동남쪽 끝 동네인 송파구에도 성내천 산책길이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말글에 대한 꼬투리 잡기는 이 성내천 길에 있는 전광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책읽기를 권장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책 읽은 송파만들어요"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1. "책을 읽은 송파(주민)만 들으세요."라고 해석한다면, 책을 읽지 않은 송파(주민)은 듣지 말라는 이야기겠지요? 그런데 무엇을 들으라는 걸까요?
2. "책을 읽은 송파를 만들어요." 모든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하고 앞으로 다시는 읽지 말라는 이야기인가요?
3. 당연히 "주민들이 책을 읽는 송파구를 만들자"는 이야기이겠지요. 그렇다면, "책 읽는 송파 만들어요."가 맞겠습니다. 관형형 어미 한 글자 틀리고, 띄어쓰기 하나만 틀려도 이렇게 큰 혼란을 줄 수가 있습니다.
하나 더.
하루에 20분씩 책을 읽으면, 한 달에 10시간 독서를 한다는 이야기인데, 다섯 시간만에 읽어낼 수 있는 책이라면 어떤 책일까요? 가벼운 책이라면 모르겠지만, 깊이 생각을 해 가면서 읽는 책이라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좀더 품격 있는 송파 주민을 만들려면 "하루 20분, 한 달 10시간"으로 바꾸어야 할 듯.
사족.
맨 위에 쓰여 있는 글 "재해문자정보시스템"이 또 마음에 걸리네요.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다면, 아쉬운 일이기는 하지만 '재해'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