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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 꼬투리

‘제법’과 ‘이다’의 수상한 관계

<핸드폰을 들이대었는데 자세를 취해 주다니, 다람쥐가 제법이다>

 

잡수시다이후에 한번 더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의 문을 두드려보았습니다. 역시 일반인이 공공기관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상대하는 것은 늘 버겁습니다.

 

문:2020.05.14.

궁금할 때마다 물어볼 곳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담당자님께 감사 드립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어린아이치곤 일솜씨가 제법이다.'에서 '제법'이 부사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사 뒤에 '-이다'라는 서술격 조사가 붙어 있다는 말인데, 격조사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 뒤에 붙어 앞말이 다른 말에 대하여 갖는 일정한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질문1. 부사에 서술격 조사 '-이다'가 붙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질문2. 부사를 체언 구실을 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좋은 답변 부탁드립니다.

 

답: 2020.05.15.

안녕하십니까?

1. '이다'는 부사 뒤에 붙어 쓰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법이다'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2. 일반적으로 부사를 체언 구실을 하는 말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부사는 수식언으로 분류됩니다.

고맙습니다.

 

재질문: 2020.05.19.

답변에 감사 드립니다. 그런데 제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아서, 다시 정리하여 문의합니다.

먼저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본 결과입니다.

* 제법 : 부사. 수준이나 솜씨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음을 나타내는 말. …… 어린아이치곤 일솜씨가 제법이다.

* 이다 : 조사. …… 「4(부사 뒤에 붙어) 주체의 행동이나 상태에 대한 양상을 나타내는 서술격 조사.

* 격조사 : 언어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 뒤에 붙어 앞말이 다른 말에 대하여 갖는 일정한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 주격 조사, 서술격 조사, 목적격 조사, 보격 조사, 관형격 조사, 부사격 조사, 호격 조사 따위가 있다.

담당자님의 답변 내용입니다.

* 일반적으로 부사를 체언 구실을 하는 말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부사는 수식언으로 분류됩니다.(저도 그렇게 알고 있니다.)

위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다는 서술격 조사입니다. 격조사는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 뒤에 붙습니다. ‘제법은 부사이므로 체언도 아니고 체언 구실을 하는 말도 아닙니다. 그런 제법이 체언 뒤에 붙는 격조사 앞에서 버젓이 한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해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답: 2020.05.20.

안녕하십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는 '이다'의 특징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다'는 주로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 뒤에 붙어 문장의 서술어 기능을 하게 하는 요소이면서, 선행 요소와 단일한 강세 구를 형성합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학교 문법에서는 '이다'를 서술격 조사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이다'는 일반적인 격조사보다 그 쓰임의 범위가 다양합니다. '제법이다'처럼 부사 뒤에도 결합할 수 있고, '그것은 그녀가 예뻐서이다'처럼 어미 뒤에서도 '이다'가 결합할 수 있습니다. 또 조사는 활용을 하지 못하는데, '이다''이고', '이었다'처럼 선어말 어미를 포함한 어미가 결합할 수 있어 다른 격조사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특징에 주목하여, '이다'를 조사가 아닌 지정사, 접사, 의존 형용사, 용언 등으로 분류하고자 하는 다양한 견해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관련 문법서를 두루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재재질문: 2020.06.03.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셔서 잘 이해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아 문의하고 건의합니다.

저는 담당자님의 답변 중에서, “'이다'는 일반적인 격조사보다 그 쓰임의 범위가 다양하다.”는 말에 주목하여 보았습니다.

사전에는, 서술격조사를 문장 안에서,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 뒤에 붙어 서술어 자격을 가지게 하는 격 조사. ‘이다가 있는데……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만으로는, ‘부사 뒤에도 결합할 수 있고, 어미 뒤에서도 결합할 수 있다, 담당자님의 답변을 이해할 수 없겠습니다. 부사나 어미는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이 아닐 테니까요. 그런데, ‘이다를 찾아보면 4((부사 뒤에 붙어)) 주체의 행동이나 상태에 대한 양상을 나타내는 서술격 조사, 5((연결 어미 ‘-어서뒤에 붙어)) 주체의 행동에 관여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서술격 조사라고, 담당자님의 답변과 동일하게 풀이되어 있습니다. 왠지 같은 사전 안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의견이 틀리지 않다면, ‘서술격조사에 대한 풀이를 문장 안에서,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 또는 부사나 연결어미 ‘-어서뒤에 붙어 서술어 자격을 가지게 하는 격 조사. ‘이다가 있는데……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전문가의 의견이지만 가볍게만 보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답: 2020.06.04.

안녕하십니까?

말씀하신 내용을 사전 부서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귀한 의견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문답 과정은 ‘잡수시다’ 때와 똑같습니다.

질문→가벼운 답변→좀더 구체적으로 질문→알맹이는 뺀 방어적 답변→사전을 바탕으로 한 추궁→사전 부서에 전달하겠다는 말로 마무리.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리고는 1년도 더 지나서...

 

큰 기대하지 않고 사전을 찾아보았는데, 바뀌어 있었습니다. 밑줄 친 부분이 첨가된 내용입니다.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문도 두드리다 보면 열리는군요.

 

서술격^조사(敍述格助詞) 『언어』 문장 안에서,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 또는 일부 부사나 연결 어미 뒤에 붙어 서술어 자격을 가지게 하는 격 조사. ‘이다’가 있는데, ‘이고’, ‘이니’, ‘이면’, ‘이지’ 따위로 활용하며, 모음 아래에서는 어간 ‘이’가 생략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