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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 꼬투리

위 아래 위 위 아래


출처 : http://tv.naver.com/v/2234880


걸그룹 EXID가 부른 '위아래'라는 노래.

한때 방송만 틀었다 하면 흘러나오는 노래였는데, 요즘은 좀 듣기 어렵습니다.

유행가라는 것이 '특정한 시기에 대중의 인기를 얻어서 많은 사람이 듣고 부르는 노래'이다 보니, 한때 세상을 풍미하다가도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차차 멀어지는 것은 그 숙명이라 하겠습니다.

아리랑, 클레멘타인[Oh, My Darling Clementine], 오 솔레미오(O sole mio) 등은, 보편적인 정서와 가치를 인정 받아서 민요로 또는 명곡으로 남은, 몇 안되는, 행운을 얻은 노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윗-, 위-, 웃-, 아랫-, 아래-' 등과 결합하여 이루어진 단어들에 대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윗- : 윗글, 윗도리, 윗몸 일으키기, 윗옷

(2) 위- : 위짝, 위쪽, 위채, 위층


일반적으로 '윗-'을 쓰지만, 표준어 사정 원칙 제12항에서도 나오는 바와 같이, 된소리나 거센소리 앞에서는 '윗-' 대신에 '위-'을 씁니다.

아마도 '뒤 단어의 첫소리가 된소리나 거센소리일 때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다'는 맞춤법 규정과 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규정이 매우 명쾌해서, 구분해서 쓰기가 참 좋습니다.

그런데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면, 제대로 맞게 쓰기에 까다로운 것들이 눈에 뜨입니다.


1. '나이나 지위, 신분, 항렬 따위가 자기보다 높아 직접 또는 간접으로 모시는 어른'은 '윗어른'이 아니고 '웃어른'입니다.

표준어 사정 원칙 제12항에 보면, "'아래, 위'의 대립이 없는 단어는 ‘웃-’으로 발음되는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라고 되어 있고, '웃국, 웃기, 웃돈, 웃비, 웃어른, 웃옷[外套]'을 예로 제시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윗사람'을 높여서 일컫는 말로 '윗분'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대립되는 말은 '아랫분'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랫놈'이라는 말은 있는데, '아랫분'은 없습니다. 규정을 중시한다면 당연히 '웃분'이라고 표현해야 옳습니다.


2. '위'의 반대말이 '아래'이니, '아랫-, 아래-'로 시작하는 단어도 위의 (1), (2)의 내용에 준해서 썼으면 좋겠지만, 실제로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3) 아랫- : 아랫길, 아랫누이, 아랫도리, 아랫배, 아랫입술

(4) 아래- : 손아래뻘, 아래쪽, 아래턱, 아래닿기, 아래옷



(3)의 쓰임은 문제가 없지만, (4)의 '아래닿기'나 '아래옷'의 경우는 위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뒤에 된소리나 거센소리가 이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아랫-'을 쓰지 않고 '아래-'를 씁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표준어 규정 어디에도 설명해 놓지 않았으니, 그 이유를 알기 어렵습니다.


3. 또 하나 더.


(5) 웃통 : 몸에서 허리 위의 부분, 윗옷

(6) 아래통 : 아랫부분의 둘레


두 단어의 뜻을 보았을 때 서로 반대말의 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5)를 '윗통'이라고 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윗-'의 'ㅅ'이 뒤 단어 때문에 붙은 것이라면, '웃-'의 'ㅅ'도 '-통' 앞에는 쓸 수 없는 것이 아닐까요?

'우통'이라고 써야 맞을 듯한데, 사전에는 '웃통'이라고 버젓이 올라와 있습니다.

'웃-'은 접사로 분류되어 있으니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우-'라는 형태소도 접사로 정하면 될 일입니다.


표준어 규정을 만들면서 많은 노력을 한 흔적은 보이지만,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겨 놓았습니다.


EXID의 '위아래'에 대해서 끝으로 한마디 더.

사실 이 노래의 가사를 듣고, 전달하려는 내용을 정확히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나를 헷갈리게 하지 말고 분명하게 네 마음을 보여달라." 정도의 뜻이 아닐까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해 보았습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하니가 춤추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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