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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 꼬투리

I SEOUL YOU



사방에 흔한 것이라서 공기가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처럼, 친숙한 것에 대해서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서울'의 아름다움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구상에는 유명한 도시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영국의 런던, 에든버러, 프랑스의 파리, 리옹, 니스, 터어키의 이스탄불, 중국의 홍콩, 북경, 시안 등등.

경치가 특별하다든가, 역사가 깊고 문화 유적이 많다는 매력 때문에, 많은 여행객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들러서 그 도시를 만끽하려 합니다.

이런 곳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이국의 풍물을 체험하는 것은 해외 여행의 큰 즐거움일 것입니다.


여행을 마치고 인천 공항을 통해 버스를 타고 서울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한강변의 도로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가 밤이라면 다른 어느 나라 어느 도시 못지 않게 아름다운 야경을 보게 됩니다.

낮이라면 유유히 흐르는 넓은 강과 멀리 보이는 산들이 어울리어 멋진 경치를 자아냅니다.

다른 나라 어떤 도시에 가도 한강처럼 멋진 강은 보기 어렵죠.

번화한 도심에서 고궁과 현대가 공존하는 모습도 이채롭습니다.

하천과 산길이 잘 정비되어 둘레길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 또한 보기 좋습니다.


시정(市政)을 담당하는 분들이 그런 서울을 외국인에게 잘 알릴 수 있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문구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뉴욕 하면, 떠오르는 문구, 'I  NY.'처럼 말이죠.


한때 우리에게는 'Hi Seoul'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내용도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표현이 어색해서인지, 시민들의 호응을 별로 받지 못하다가 이제는 안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새로 서울시에서 공모하여 채택되었다는, "I SEOUL YOU"라는 표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궁금합니다.

이 "I SEOUL YOU"라는 표현이 무슨 뜻일까요?

1. SEOUL을 동사로 보아서 "나는 너를 서울한다."로 해석한다면 과연 무슨 뜻일까요?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영어에서는 명사와 동사가 넘나들며 쓰이고 있으니, 그렇게 쓰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말로 해석하면 고유명사에 '하다'를 붙여야 하니 거북하기만 합니다. 외국인들은 또 어떻게 이해할까요?

2. 단어 사이마다 점을 찍었으니, "나, 서울, 너" 단순하게 세 단어를 나열해 놓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그것은 또 무슨 의미일까요?

궁금증에 서울 시청 누리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출처 : http://www.seoul.go.kr/v2012/seoul/symbol/brand.html(게시물 변경)

https://www.seoul.go.kr/seoul/brand.do를 참고하세요.


친절하게 설명을 달아 놓았네요.

1. 사람과 사람 사이 서울이 있습니다.

2. 열정과 여유, 두점의 중심은 서울입니다.

3. 한글 '이응'과 영문 'O'가 공존합니다.


읽어보니 다 의미심장한 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I SEOUL YOU"를 보고 누가 그 깊은 뜻을 쉽게 떠올리겠습니까?

골치 아픈 과정을 거쳐 이해하여야만 하는 문구라면, 이미 촌철살인과는 거리가 멉니다.

우리에게도 어렵다면, 그 문구에 대한 설명을 들은 외국인들은 이해하는 데에 더 난감해 하지 않을까요?


'I love New York'

'I  NY.'

과연 이 문구에도 깊은 뜻들이 많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내 영어 실력이 짧아서, 뉴욕 시청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우리 서울처럼 친절하게 설명한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더 줄여서 표현하여 오히려 가벼운 느낌이 들고, 그래서 더 친숙하게 느껴지기까지 한 평범한 문구.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깊이 각인되고, 뉴욕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불러 일으킵니다.

여기에 비교해 보니, 우리식 표현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영어라고 보기도 어려운, "I SEOUL YOU"가 새삼 안타깝습니다.


차라리, 운을 맞추어서, "See All Seoul"(서울의 모든 것을 보라), "Say All Seoul"(서울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라)라고 하면 어떨까요?

솔메이트(Soulmate)라는 말도 있으니, "Soul Seoul"도 그럴싸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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