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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 꼬투리

삐딱하게 신문 보기


BC59년 로마시대에 신문의 형태를 띤 간행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인류 최초의 신문인 셈.

이름하여 <아크타 디우르나(Acta Diurna)>.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최초의 신문은 <렐라치온(Relation)>, 1609년 독일에서 발간된 최초의 주간 신문입니다. <라이프치거 차이퉁겐(Leipziger Zeitungen)>도 역시 독일 사람들이 만든 것인데, 이것은 최초의 일간신문이라고 합니다.

개화기 이전에 우리나라에도 신문의 형태를 띤 문서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우리나라 근대 최초의 신문이라고 하면 <한성순보(漢城旬報)>, 1883년에 발간되었죠. 또 알려진 바와 같이, <독립신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영 일간지이며, 최초의 순한글 신문이기도 합니다.

 

연전에 어떤 개그맨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를 퍼뜨려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최초의 것이 역사에 기록되고 오래도록 기억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럼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신문은 무엇일까요?

19953월부터 <중앙일보>가 최초로 인터넷으로 기사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정확히 기억 나지는 않지만 나도 꽤 일찍부터 아침마다 그 신문을 통해 편리하게 세상 소식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2017117일자 <중앙일보> 인터넷판의 한 기사 중에서, 몇몇 표현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일찌감치 인터넷판 애독자가 되었던 사람의 애정 표현이라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사진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22089882


삐딱하게 보기 1

 

만찬에 앞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는 동안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차담을 한다.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란 홍차가 나올 예정이다.

 

'차담'이 무엇일까? 문맥으로 보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일 것 같기는 한데, 직업병이 도져서 자연스럽게 사전으로 손길을 옮깁니다. '다담'을 찾아보라고 되어 있네요.

 

다담01(茶啖) : 명사」 『불교손님을 대접하기 위하여 내놓은 다과(茶菓) 따위. 차담. ¶ 다담을 권하다

 

? 무엇인가 이상합니다. 차담을 다과라고 한다면, 기사의 "차담을 한다"라는 표현은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쓴 기자는 차담을 '차담(茶談)' 정도로 이해한 모양입니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한다." 그럴싸하지만 사전에는 안나오는 표현입니다. 참고로 '()''먹다, 씹다'의 뜻이죠.

  

"차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정도면 좋았을걸. 아쉽습니다.

 

삐딱하게 보기 2

 

이왕 시작했으니 하나 더 건드려 봅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전채요리로는 옥수수 죽, 고구마 호박 범벅, 우엉 조림, 연근 튀김, 국화잎을 올린 상추순 무침 등을 담은 구황작물 소반이 나온다. 청와대는 어려울 때 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준 값싼 작물이었으나 시대가 변해 지금은 귀하게 각광받는 건강식인 구황작물의 의미처럼 한미 동맹의 가치가 더욱 값있게 됨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옥수수나 고구마는 가난한 시절에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많이들 먹던 음식이니 구황작물이라 부를 만합니다. 하지만, 그 나머지, 우엉, 연근, 국화잎, 상추는 아닌 듯싶네요. '구황작물 소반'이라는 표현도 어색할 뿐만 아니라, 구황작물과 한미 동맹은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한미 동맹이 옛날에는 값싼 관계였던가?

 

삐딱하게 보기 3

 

'동국장'은 또 무엇일까요? 사전에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 일부 지역에서만 쓰든가 요리 전문가들만 쓰는 표현인 듯합니다. 일반 독자들에게 생소한 단어라면 가려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주 요리로는 전북 고창의 한우로 재워낸 갈비구이와 돌솥밥 반상이 나온다."라는 문구는, "주 요리로는 양념에 재운, 전북 고창의 한우 갈비구이와 돌솥밥 반상이 나온다."라고 바꾸어야 옳습니다.

 

걸고넘어지는 사람들이 많아서, 신문 기사와 같은 글은 참 쓰기가 어렵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표현들을 그러려니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것이 미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삐딱하게 보는 사람의 태도를 나무라기 이전에, 올바른 언어 생활을 선도해야 하는 신문기자로서 좀더 정확한 표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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