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늘 인사를 하지만, 한해를 시작할 때에 특별한 인사를 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입니다.
매년 설날이면, 평소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일가 친척이나 친지들, 그리고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식구들에게까지도 세배를 합니다.
옛날에는 교통이 불편해서였는지, 설날이 좀 지났더라도 정월 대보름 이전까지는 세배하는 것이 결례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 고유의 설날은 음력으로 쇠는 것입니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시점에 한해를 시작한다는 면에서, 한겨울인 양력 1월 1일보다는, 입춘 즈음에 맞이하는 음력 정월 초하루가 설날로서 더 적당합니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한해의 시작은 양력 1월1일입니다.
직장에서는 첫 출근일에 세배 대신에 시무식(始務式)이라는 행사를 하여, 사장님부터 말단 사원까지 함께 모여 인사를 합니다.
학교의 시무식이라면, 교장선생님은 물론이고 이사장님까지 포함하여, 같은 학교법인 내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 참석하겠죠.
어떤 학교의 시무식에서 사회를 보는 분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이사장님과 재단 관계자, 각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식장에 입장할 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지금 내외 귀빈 여러분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박수로 환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표현에서 꼬투리 잡을 것이 눈에 뜨입니다.
그 자리에는 '내외 귀빈'이라고는 아무도 안 계신다는 것이죠.
내빈(來賓) : 어떤 모임에 공식적으로 초대를 받아 참석한 사람
내빈(內賓) : 여자 손님
외빈(外賓) : 외부나 외국에서 찾아오는 귀한 손님.
귀빈(貴賓) : 귀한 손님.
입장하고 계신 분들은 학교 관계자입니다. 잠시 방문한 손님이 아니고 한 식구라는 이야기이죠.
아마도 나름대로는 최대한 예우를 갖춘다는 것이 그런 결과를 빚었겠지만, 사회자가 잘못 사용한, 악의 없는 실수 하나 때문에, 한 직장의 식구끼리 인사하는 자리에서, 윗분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여 서운해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긴 것입니다.
그나마 윗분들이 눈치 채지 못하였다고 하니 다행이랄까요?
늘 바르게 언어 생활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꾸 노력하다 보면, 좀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고, 오해의 소지도 없앨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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