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년(瓜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결혼하기에 적당한 여자의 나이를 이르는 말입니다.
왜 굳이 여자의 경우에만 '과년(瓜年)'이라는 말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옛날 사람들은 때가 되면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세월은 사람들의 결혼관을 많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결혼을 꼭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남자는 56.3%가 여자는 47.5%가 '그렇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혼인 연령도 자꾸 늦어지는 추세입니다.
그러다 보니 늦은 나이에 자녀를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늦둥이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죠.
보통은 '늦둥이'하면, 형들과 터울이 많이 지는 동생 정도로 생각하는데, 사전적 의미는 좀 다릅니다.
늦둥이 : 나이가 많이 들어서 낳은 자식<출처:표준국어대사전>
현실에서는 늦둥이라서 부모에게 더 사랑 받고 성장하겠지만, 우리 문법의 세계에서는 아직 완전하게 정립되어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더 살펴 볼까요?
'늦-'은 접두사, '-둥이'는 접미사
위 내용으로 본다면, 접사와 접사가 붙어서 새로운 단어가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한데, '늦둥이'라는 단어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런 모순이 어떻게 국어사전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있을까요.
예외라고 해야 할까요?
'늦-'이 '늦다'의 어간이라고 본다면 오히려 더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하겠습니다. 어간 '늦'을 어근으로 하고, 거기에 '-둥이'라는 접사가 붙어 새로운 단어가 탄생했다고 본다면 더 그럴싸해 보이지 않습니까?
비슷한 예가 많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 흠이긴 합니다.
국어사전이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2016년 3월에 서울시 교육청에서 주관한 학력평가 문제 하나 소개합니다.
이 문제의 풀이에는, "‘어느새’는 ‘어느(관형사)’와 ‘새(명사)’가 결합되어 새로운 품사인 부사가 된 말이므로, [A]의 사례로 볼 수 없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답이 ①번이라는 이야기죠.
나중에 다시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정답이 ①,③이라고 수정되어 있습니다.
아마 사람들이 ③의 '늦-'은 접사이니 '늦잠'이 합성어가 아니므로 이것도 답이 되어야 한다고 이견들을 제시했나 봅니다.
이래저래 '늦'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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